흰아침 홍제천에서 -
그날
그 장하던 홍제천변 수풀이
일제히 폭류에 꺾여 쓰러졌다
미처 돌아가지 못한 물고기는
길바닥에 허옇게 나뒹굴고
새들은 홰쳐 젖은 날개를 턴다
하늘은 온통 시커멓고
바람은 밤내 울어 축축하다
그날도 이리 음울했을까
108년 전 오늘 창덕궁 대조전,
테라우치와 총리 이완용이
남산 통감관에서 미리 조인한
합방조약서에 옥새가 찍혔다
순정효황후가 감춘 옥새를
시종원경 윤덕영이 빼앗아다가
대신들과 더불어 나라를 팔았다
그 공로로 다들 작위에 얹어
수십 수백 억의 은사금을 받았다
그러는 사이에 우당 이회영은
온 집안을 이끌고 만주로 망명해
전 재산을 기울여 세운
무관학교로 독립투쟁에 나섰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역적들이 희희낙락 나라를 팔아
치부 영달의 꽃길을 튼 그날
숱한 이회영 윤봉길이
피로 눈물로 되찾은 나라를
그 역적들 그 후손들이
다시 차고 앉아 큰소리치는
오늘,
우리는 누구, 여긴 어딘가
2018 08 29 이수 哭
작성자 : ENB NEWS 교육뉴스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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