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거름 3호선에서 -
잠
신사역, 구파발행 3호선 전철
선 채로 무릎꺾이며 자울자울
어젯밤 고작 그한잠 밝혔다고
자리 나자 아예 고개처박으며
코까지 골아떨어질 태세라니
오래 한잠도 못자면 죽겠구나
그래서 잠을 안재우는 고문이
유신중정에 악명 자자했구나
그렇게 미치다가 바숴질 테니
세상없어도 잠은 자야겠구나
아무리 그렇다한들 자면 안될
끔찍한 순간들이 도처에 널려
우리의 잠들을 훔쳐내는구나
대체 우리 모두 깊이 잠들기를
종용하고 겁박하는 자들 뉘냐
잠든 새에 털린 약자들의 영혼
이제야 깨어 미투로 겨우 깨어
아우성 귀기울이는 세상 만나
눈물을 말려 꽃으로 피는구나
겨우 시작, 아예 끝장내고말자
그래서 제발 편히 잠좀 잤으면
불면의 밤마다 차마 죽지 못해
애끊는 속울음 삼키는 설움이
더는 없어서 잠이 평안하도록
더러운 욕망들 영원히 재우자.
180227 이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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