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백련산에서 063 -
또다른 나
겨우내 마른 바람에 바스락,
수선스럽던 숲은 풀린 눈에
젖어서 깊이 잠겨 고요하다
새로이 돋을 봄꿈을 꾸는가
젖은 바람에 잠긴 생각새로
길섶에 스치는 나무들처럼
내게 왔던 사람들 스치운다
나를 기쁘게 했던 사람
내게 분노를 안긴 사람
나를 슬프게 했던 사람
내게 상처를 남긴 사람
날 절망에 빠뜨린 사람
내게 친절을 베푼 사람
날 사랑으로 품은 사람
내게 모욕을 안긴 사람
날 부끄럽게 했던 사람
이 많은 사람들 중에 나는,
또다른 나는 대체 누군인가
젖은 바람에 갇혀 서성대는
허울 말고 진짜 나는 누굴까
생각하는 아침, 송연하다.
180224 이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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