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18:45 (월)
EBS 30일 인문학, 처음하는 정치학 공부
EBS 30일 인문학, 처음하는 정치학 공부
  • 배성태(국제특파원)
  • 2023.0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BS 30일 인문학, 처음하는 정치학 공부
EBS 30일 인문학, 처음하는 정치학 공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플라톤의 말대로, 정치는 관망이나 조소의 대상이 아니라 책임의식을 가지고 늘 지켜보아야 할 대상이다. 우리 삶에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면 정치는 언제 어떻게 탄생해서 현재에 이르렀을까?

『처음 하는 정치학 공부』는 ‘정치’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간이 하나의 무리를 이루고 사회를 형성하고 국가를 만들며 현재에 이른 과정을 추적해간다. 그 과정에는 현재의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천년왕국주의, 독일의 나치즘, 중세 유럽 기사도, 일본의 무사도 등도 있고,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가는 자유주의, 보수주의, 사회주의 등도 있으며, 우리가 지금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민주주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〇〇주의, 〇〇이즘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이런 것들은 어떤 배경에서 왜 생겨난 것일까? 이 책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지금껏 인간사회의 통치체제를 이끌어온 정치사상들이 시대순으로 일목요연하게 담겨 있다. ‘1일 1키워드’의 형식에 맞춰 인류의 정치 역사를 가볍게 훑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떠나 객관적으로 다양한 정치사상과 정치 형태를 살펴볼 수 있다.

원시 시대의 토테미즘부터 현대의 사회민주주의까지

인류가 고안해낸 정치 형태의 모든 것!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 살던 초기 인류는 어떻게 집단을 이루게 되었을까? 곳곳에서 집단을 이루게 된 인류는 어떻게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했을까? 그리고 그 구심점, 즉 권력은 누가 어떻게 왜 쥐게 된 것일까? 이런 의문에 대해 이 책의 저자는 ‘토테미즘’, ‘애니미즘’, ‘샤머니즘’ 세 가지로 답변을 내놓는다. 그리고 여기에서 바로 ‘정치’가 탄생했다고 말한다.

『처음 하는 정치학 공부』는 제목 그대로 대중에게 ‘정치’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정치의 시작부터 지금에 이른 과정, 그 속에서 인간사회를 주도한 여러 정치사상들, 페미니즘과 생태주의 등 현대에 주목할 만한 주요 사상들까지, ‘정치’를 키워드로 우리 주변의 정치 환경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의 강점은 이념적 편향이나 개인적 호불호 없이 전적으로 학자의 입장에서 지금껏 세계를 호령한 다양한 정치사상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독일의 나치즘이나 일본의 제국주의, 북한의 주체사상은 인류에 해악을 끼쳤으며 나쁜 사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시대 그 상황에서 보면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것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민주주의’ 역시 ‘중우정치’의 문제나 ‘다수결이 진정 다수의 의견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은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떠나 지금껏 인류가 고안해온 갖가지 정치사상을 객관적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준다.

저자가 ‘닫는 글’에서 이렇게 적었다. “모든 사상에는 대중의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의 문제가 항상 뒤따른다. … 물론 대중의 어느 누구도 명시적으로 권력을 용인하거나 직접 설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체제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시대에 대한 책임을 안고 사는 셈이다.” 굳이 책임의식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상식선에서 알아두면 좋을 만한 내용을 충분히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는 다음과 같다.

이원혁

건국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부터 박사까지 공부했다. 정치철학을 전공하면서 국가권력과 주권에 대한 개념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교육대학교와 서울특별시에서 언론·홍보 담당 공무원으로 10년간 재직했다. 현재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이며, 건국대학교 강의 초빙교수 및 화성의과학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철학자의 서재》(공저), 《통일에 대한 인문학적 패러다임》(공저), 《대화로 철학하기》(공저) 등이 있다.

책 속의 일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선언하기 수만 년 전부터 우리 인간은 정치를 하고 살아왔다. 인간들은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정치의 형태도 시대와 환경, 지역, 민족에 따라 다양했다. 이런 다양한 환경에서 인간의 정치를 작동시키는 것이 바로 정치사상이나 이데올로기였다. 이것은 단순히 강자가 약자를 다스리는 지배담론이 아니라 한 집단이 국가나 사회로서 그 체제를 만들거나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였다. 이러한 장치는 인간을 보호하고 문명을 건설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인간을 살육하고 문명을 파괴하기도 했다. 5-6p.

이러한 ‘상상’이 가져온 효과는 무엇일까? 바로 집단의 탄생이다. 원시 시대에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무리는 수십 명에 불과했다. 반면 이러한 상상을 공유하는 무리들은 거주지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하나의 집단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사자의 후손’으로서 여러 무리들은 서로를 하나의 집단으로 인식하고 서로 돕거나 의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집단이 질서와 동질의식을 갖게 되면 사회가 된다. 16p.

인간은 애니미즘을 통해 최초의 규범을 만들어냈으며, 애니미즘을 극복하면서 자연과 그 스스로를 분리하는 문명을 만들었다. 애니미즘은 인간 정치사회의 출발점이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이자 유명 작가인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상상’이다. 인간은 상상을 통해 집단을 구성하고 국가와 법을 만들었다. 애니미즘은 그 출발로서,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에 대한 초인적 질서를 창조하고 자신을 자연 속에 세웠다. 25p.

사면은 자연, 신, 죽은 자들과 소통하며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그들은 병을 치료하기도 했으며, 집단이 거주하거나 이주할 곳을 정하기도 했다. 이들은 일종의 빙의를 통해 자연이나 신의 법칙을 인간들에게 전달했다. 신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샤먼은 자연스레 신성한 존재가 되었으며, 무리 내에서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샤먼의 역할은 영적인 지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삶의 구체적인 방향을 지시하는 데까지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샤먼이 무리 내에서 지도자의 역할을 겸하는 경우가 늘어갔다. 선사 시대의 제정일치 사회는 이렇게 샤먼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다. 29-30p.

맹자의 혁명이론은 사회 모든 계층의 욕망을 반영했기 때문에 헤게모니를 가질 수 있었다. 왕과 대부, 선비들의 입장에서는 통치의 역할을 인정받음으로써 피지배층에 대한 그들의 지배를 합리화해주는 동시에 그들이 자신의 경쟁자를 견제할 명분을 제공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그들에게 도덕 실천을 통해 자아실현이라는 책무를 부여하면서 백성들의 이익을 추구했다.

피지배층이었던 백성의 입장에서도 맹자의 혁명이론은 신분 상승의 기회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당시 단순히 노동의 도구로 여겨지던 백성을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격상시키면서 백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52p.

법가 이전까지 인간에게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 원동력은 ‘신화’적 사고였다. 신에게 벌을 받을까 봐 나쁜 행동을 하면 안 됐고 사회의 가치에 수긍해야 했다. 심지어 합리성을 표방한 유가 역시 윤리적 가치의 근원을 천(天)이라는, 당시의 신화적 가치에 근거를 두었다. 따라서 왕은 천자(天子)로서 하늘의 뜻을 실행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법가는 이러한 생각들의 허구성과 비합리성을 지적했다. 이기적인 인간들을 조직적·사회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신화적 가치보다 이성적 가치가 더욱 효과적이며, 그 이성적 가치는 신화적 가치와 마찬가지로 보편성과 균등성을 가져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법’이라는 것이다. 65p.

로마 공화정은 귀족정치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민의 참정권이나 정치 참여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현대 민주주의와는 구분된다. 그러나 로마는 아테네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민주정을 수정해 자신들의 통치체계를 만들었으며, 평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호민관을 선출하기도 했다. 현대 민주주의 역시 시민의 참정권과 권리 확산이라는 민주적 가치와 중우정치의 방지와 행정의 전문성이라는 국가 운영의 효율성에 대한 딜레마를 고민하고 있다. 재산과 신분에 따라 참정권을 제한한 로마의 방식을 답습할 수는 없지만, 로마라는 큰 제국을 운영하면서도 시민의 권리에 대해 끝없이 고민했던 그들의 사유와 노력은 여전히 현대 사회에 큰 귀감이 될 만하다. 79p.

고대에는 왕권의 안정이 곧 국가의 안정을 의미했기 때문에 고대 국가들은 왕에게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출생의 비밀을 부여해 왕의 권력을 정당화했다. 국가의 기틀이 튼튼하지 않았던 고대 사회에서는 왕이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왕이 되기 위해 쉽게 반란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 반란과 전쟁은 단순히 학살과 정권의 교체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분열을 초래했다. 씨족사회가 고대 국가사회로 발전하는 데는 광역적인 통합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수행한 것이 바로 신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은 왕이었다. 이렇게 왕의 권력이 신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왕권신수설’이라 부른다. 107-108p.

민족주의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지속되었던 계급과 수직적 인간관계를 해체하고 공동체 내에서의 상호 호혜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구축했다. 또한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에 맞서는 공동체적 단결을 이끌어냄으로써 제3세계의 해방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상류층이 독점해온 문화 현상들을 공동체 내의 보편적 현상으로 확산시켰다. 중국의 변법자강운동이나 구한말(조선 말기에서 대한제국까지의 시기) 개화파의 개혁, 유럽 슬라브 귀족들의 다양한 개혁 시도들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그 개혁의 내용이 공동체 내 보편적 문제가 아니라 일반 민중은 이해하기 어려운 국가의 체제 등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119-120p.

해방 이후 한국 사회는 정치적으로 늘 양분되어 있었다. 해방 직후에는 신탁통치에 대한 찬반과 좌우 분열이 있었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민주와 반민주, 지역주의 등으로 정치적 분열을 겪었다. 냉전과 민주화의 시기가 어느 정도 끝난 2000년대 이후로는 진보와 보수가 한국의 정치사회를 이분하는 두 진영으로 자리 잡았다. 129p.

그러나 21세기에도 여전히 제국주의와 식민지배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유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신식민지 이론’이다. 식민지였던 국가가 여전히 식민모국에게 경제적, 정치적으로 의존하며 금융과 자원을 유출당한다는 견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그 대표적인 예로, 사회경제 구조가 여전히 식민지 시대에 머물러 있는 탓에 그들의 잉여자본과 자원이 식민모국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해당 국가의 독재와 부패 등 정치적 불안성과 결합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 143p.

민주주의는 다수의 참정권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현대 정치에서 정의이자 목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체제 경쟁에 따른 현실적 모습의 차이와 그 장단점은 차치하더라도 민주주의 자체가 가진 문제에 대한 질문들이 지금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견으로 권력을 발생시키고 통치를 이어가는 것인데 현대 사회에서 ‘다수의 의견’이 과연 다수의 의견인가라는 문제가 있다. 즉 다수의 의견은 자본이나 문화 등을 통해 소수에 의해 기획 혹은 조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본과 정보가 독점되는 사회일수록 이러한 기만이 고도화되기도 한다. 다수의 의견이 선이라는 민주주의의 근간과 믿음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159-160p.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는 유신정권 시절의 폭력적인 학교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 폭력은 교사와 학생, 남학생 간, 그리고 교육 자체와 학생 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약자는 비굴하며 강자는 당당하고 약자를 계몽하고자 한다. 영화 속의 이러한 모습은 한국 사회를 ‘힘에 대한 숭배의 사회’로 그리고 있다. 그러한 사회의 모습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바로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등장한 사회진화론이 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169p.

페미니즘은 인류 절반을 해방의 대상으로 보는 동시에 그 반대편 절반을 가해자로 보기도 하기 때문에 논쟁의 여지가 많은 사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차별은 인종, 계급, 종교적 차별이 어느 정도 해소된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그 흔적이 가장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에 그 가치를 쉽게 절하해서는 안 된다. 페미니즘은 남녀차별과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끝없이 제기될 것이며, 다른 사상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단점을 보완하며 성장해나갈 것이다. 200p.

학부모들은 EBS 30일 인문학을 통해 정치사상의 흐름을 알 수 있다고 하니 한번 봐야 겠다며 관심을 보였다. 덧붙여 한국의 정치에 문제가 많아 보이는데 이런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왔음 좋겠다고 전했다.

작성자 : ENB교육뉴스방송(국제특파원 배성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은평지국 : 서울특별시 은평구 불광로1길 10 401호
  • Fax : 070-4686-5555
  • 뉴욕지국 : 300 Northern Blvd. #301, Great Neck, NY 11021 USA
  • 종로지국 TEL : 010-3746-2078
  • Fax : 070-4686-555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효정, 김유정
  • 총괄보도국 : 총괄보도국장(국내) : 이자연
  • 명칭 : ENB교육뉴스방송
  • 제호 : ENB교육뉴스방송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96
  • 등록일 : 2017-10-24
  • 발행일 : 2017-10-24
  • 발행인 : 배미키
  • 편집인 : 김효정
  • 한국 총괄 대표 : 이자연
  • 해외 총괄 대표 : Mickey Bae
  • ENB교육뉴스방송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인터넷 위원회 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
  • Copyright © 2024 ENB교육뉴스방송. All rights reserved. mail to info@enbnews.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