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학생의 날’(11.3)을 앞두고 학교에서 겪는 성차별 언어와 행동을 바꿔보는 ‘서울시 성평등 생활사전_학교편’ 결과를 발표했다.

재단 홈페이지를 통한 시민 참여 캠페인에서 528명의 시민에게 738건의 의견을 접수받았다. 재단은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국어·여성계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 영향력이 높은 학교 내 개선해야 할 성차별적 말과 행동 5건을 선정, 시민과 함께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시민들은 ‘조신한’ 여학생, ‘듬직한’ 남학생 등 성별에 따라 붙는 수식어 변경, 고정된 편견에 따라 학교에서 겪는 성차별적 말과 행동, 교과내용, 일률적인 교복 등에 선택권 요구, 시대와 맞지 않는 낡은 교훈 등을 시급히 바꿔야 할 성차별 사례로 꼽았다. 이번 시민제안에는 혐오표현, 성추행, 성희롱 등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됐다.

‘학교생활 중 성차별적인 말을 듣거나 행동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참가자 중 86.7%가 성차별 언어나 행동 경험이 있었고, 여성의 경우 87.8%가, 남성의 경우 82.5%가 “있다”고 답했다.

총 528명의 참여시민 중 여성이 80.5%로 많았지만 남성도 약 20%를 차지했다. 전체 의견 제시자 중 학교관계자가 25.3%(청소년 20.8%+교사 4.5%)도 참여했다.

학교생활 중 가장 성차별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교사의 말과 행동’이 34.5%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교칙’ 27.5%, ‘학생의 말과 행동’(11.2%), ‘교과 내용’(11.0%), ‘진로지도’ 등(10.0%)에 문제가 많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교훈’과 ‘급훈’에 대한 문제 제기도 4.8%였다.

우선, 성별 고정관념이 반영된 수식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

‘듬직한’, ‘멋진’, ‘대범한’ 남학생 / ‘조신한’, ‘예쁜’, ‘얌전한’ 여학생 등으로 표현되는 수식어를 개인의 특성을 반영해 사용하자는 제안이었다.

여성과 남성에 대한 편견은 학생들에게도 학교생활 중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여성에게는 ‘공부를 못해도 결혼만 잘 하면 된다’거나 남성에게는 ‘지금 공부하면 와이프 외모가 바뀐다’는 등의 성적과 배우자의 외모를 연결하는 말들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복, 출석번호, 남녀짝꿍 등 학교생활에서 당연하게 정해진 규정이나 규칙에 대해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요구도 높았다.

교복: “여학생은 교복 바지와 치마 중 선택할 수 있게, 남학생도 반바지 선택할 수 있게 해주세요!” 여자는 치마 교복, 남자는 긴바지로 정해진 교복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출석번호: “왜 남자만 앞번호? 여자는 뒷번호?” 당연하게 앞번호는 남성에게 부여되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다.

남녀짝꿍: 학교에서 남녀 짝꿍을 맺어주고 남는 사람은 같은 성별끼리 앉히는 문화를 이상하게 여기는 지적도 있었다. 짝꿍문화를 깨고 한 줄로 자율적으로 앉게 해달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교훈‧급훈은 이제 안녕! 개척, 자립, 자주, 창조 등 능동적인 목표를 제시한 남자 중·고등학교와 달리 여자 중·고등학교는 희생, 알뜰, 인내, 부덕 등 가부장제 중심 사회에서 요구되는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어, 이러한 교훈‧급훈에 대한 개선 요구가 컸다.

특히 어느 남자 고등학교의 급훈으로 ‘여자는 얼굴이 권력이고, 남자는 성적이 권력이다’라는 사례가 제시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학교에 엄마를 모시고 오라는 등 ‘엄마 소환은 이제 그만! 보호자를 소환해 달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학교는 학생이 다니는 곳이지 엄마가 다니는 곳이 아님을 강조하는 동시에 다양한 가족이 보호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생각도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번 시민 의견 제안에는 학교 내 성추행, 성희롱과 관련된 의견도 포함됐다. 유튜브 등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성차별적 혐오 표현부터 성적 농담, 이유 없는 스킨십 등은 제발 하지 말자는 외침이 있었다. 특히 여성 교사들에 대한 학생들의 성희롱적 발언, 축제 무대에서의 공연, 술자리 강제 참여 등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학생들의 가치관 형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학교생활 전반에 성평등 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교과내용, 교훈, 급훈, 교칙 등에 대한 모니터링, 컨설팅, 의식교육 등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서울시 보육‧교육기관의 성평등 생활 콘텐츠를 개발하고, 교육‧컨설팅하는 ‘서울시 성평등 생활스쿨’을 관련기관과 연계해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아직도 남성우월주의 등 남자선호사상이 자리잡고 있어서 성차별이 학교 내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데 학생의 날을 맞이하여 학교 내에서 성차별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작성자 : ENB NEWS 교육뉴스방송

김유정(총괄 편집부국장)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