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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21인 진단: 동력 잃은 미북협상] 2. 실패한 비핵화 설득…“협상력 과신한 개인 외교 패착”
[전문가 21인 진단: 동력 잃은 미북협상] 2. 실패한 비핵화 설득…“협상력 과신한 개인 외교 패착”
  • Mickey Bae(해외 총괄 보도국장)
  • 2020.0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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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했다.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전격 수락하면서 시작된 미-북 비핵화 협상이 다음달로 2주년을 맞습니다. 협상은 두 나라 정상 간 세차례의 만남과 실무협상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의 정의와 범위조차 논의하지 못한 채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데요. VOA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 미-북 정상이 직접 주도한 ‘2년 간의 실험’이 경색 국면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VOA의 기획취재에 참여한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 21명은 북한의 공허한 비핵화 약속과 트럼프 행정부의 오판을 교착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으면서 ‘실패가 예정된 대담한 시도’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오늘은 두번째 순서로 정상 간 외교와 개인의 협상력에 무게를 실었던 ‘트럼프 식 대북 접근법’의 특징과 한계를 짚어보겠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VOA 뉴스가 들어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정말 포기할 것으로 믿었나?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 결여를 미-북 협상이 교착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규정하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공허한 약속에 지나친 무게를 둔 채 단계마다 잘못된 판단을 내린 트럼프 행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북한 고위 당국자들을 직접 상대했던 미 전직 관리들은 미-북 협상의 난국은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근거 없는 희망과 현실과의 간극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합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김정은이 경제 번영과 현대화의 대가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실제로 포기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믿음이야말로 그의 대북 정책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 “The fundamental problem with President Trump's North Korea policy is that he apparently believed that Kim Jung Un would actually give up his nuclear weapons and missiles in exchange for a prosperous and modern economy.”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할 것이라는 판단과 기대 자체가 오류라는 이 같은 인식은 워싱턴의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설로 굳어가고 있습니다.

랄프 코사 전 태평양포럼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임자들의 접근법이 갖는 주요 문제점은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을 뒀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랄프 코사 전 태평양포럼 석좌] “The main problem with President Trump's approach and with the approach of his predecessors is that they were all based on the premise that North Korea could be persuaded to give up its nuclear weapons. To Kim the costs to him of giving up his nuts exceeds the costs of keeping them or the presumed benefits of denuclearization.”

그러면서 “김정은에게는 핵무기 포기 비용이 핵무기 유지 비용이나 혜택보다 크다”는 기본적인 셈법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우려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도한 색다른 대북 접근법은 잠시 긍정적 기대를 모으기도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패착이었다는 비판이 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실무급 접촉을 건너뛴 정상 간의 ‘거창한 대면 의식’은 비핵화에 대한 헛된 환상과 흥분 만을 고조시켜 모처럼 마련한 미-북 접촉의 동력을 살리지 못한 걸림돌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은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설득하기 위해 그의 개인적인 협상 기술과 ‘협상의 달인’이라는 명성에 의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 “President Trump's approach to dealing with North Korea was to rely on his personal negotiating skills and reputation as a "dealmaker" to convince North Korea to abandon its nuclear weapons.”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는 이 같은 “극적인 정상회담은 타결을 바라는 우리 모두의 기대를 높였다”면서도 “드라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드라마는 줄이고 실무 작업은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 “We all had our hopes for a settlement raised by the dramatic summit meetings of president and chairman.  But drama is not enough…Right now we need less drama and more work.”

갈루치 전 특사, 세이모어 전 조정관 등과 함께 1990년대 제네바 핵 협상 때부터 북한 문제를 다뤘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도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과 정상 간 친밀함에 의존한 ‘트럼프 식 외교’를 실수로 규정했습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 “The United States, particularly President Trump, made the miscalculation that personal diplomacy at the summit level, together with vague promises of a prosperous future, would overcome decades of mistrust and persuade Kim Jong Un to abandon his nuclear deterrent.”

“미국,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번영된 미래라는 모호한 약속과 함께 정상급에서 진행하는 개인적 외교를 통해 수십 년 묵은 불신을 극복하고 김정은이 핵 억지력을 포기하도록 설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오판했다”는 비판입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가적 외교 전략, 그리고 북한 정권의 본질에 대한 오해와 단순화 역시 미-북 협상을 교착으로 이끈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규범을 깨고 김정은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시도는 무지함과 오만, 외교에 대한 무례함 때문에 훼손됐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Trump boldness in breaking norms and meeting with Kim was undermined by ignorance and arrogance, disrespect for diplomacy, which Trump Seems to view like a real estate deal, in zero-sum terms. Thinking over simplistically that summitry alone could result in a deal on such a complex problem, that working the details was key (and why Summits should follow, not precede working-level talks.”

“세부적 문제를 다루는 것이 핵심인 복잡한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오직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했다”는 겁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김정은에게 부여할 정당성을 이해하지 못했고, 미국이 북한에 줄 수 있는 혜택으로 간주한 ‘원산의 트럼프 타워와 콘도’를 김정은과 북한 엘리트들은 ‘독 묻은 당근’으로 여긴다는 사실 또한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Trump did not understand the implications of Trump-Kim summits, the legitimacy it conferred to Kim…Also not understanding that what the US sees as benefits- Trump towers & condos in Wonsan are viewed as poison carrots by Kim & his ruling elite.”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이를 “북한 지도자에게 동기와 유인책을 제공하고 북한인들을 위한 근본적으로 다른 미래를 약속하는데 초점을 맞춘 방식”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자신이 이런 접근법을 설계했던 관리들 중 한 명이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That approach was essentially the one that the Clinton administration took (I was one of the architects of that approach).  It did not work then, when North Korea had yet to develop nuclear weapons, and it will not work now that Pyongyang has become a nuclear-armed state for the same reason.” 

“이런 방법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전인 그 때도 통하지 않았고 이미 핵 보유국이 된 지금은 더더욱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일방적인 유인책과 목표를 설정한 뒤 정상 간 담판에 치중했던 미국의 대북 관여 방식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비핵화 협상 전략을 짜던 일부 당국자들에게도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특히 미국의 독자적 행보가 두드러지면서 역내 국가들과의 긴밀한 공조와 조율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미국의 외교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보다 절제된 신호와 메시지를 보내고 동맹, 파트너들과 보다 효율적으로 협력하면서 국제적 합의에서 미국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는 것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 “There are many things the Trump administration could have done to make its diplomacy more effective, including better signaling and message discipline, working with allies and partners more effectively, less undercutting of American credibility in international agreements, etc.  I believe the administration should have worked with international partners to forge a strategy to more effectively test Kim’s seriousness about being willing to give up some significant part of his nuclear program, which was not done with sufficient focus.”

이어 “김정은이 핵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포기할 의지가 있는지 효과적으로 시험해보기 위한 전략을 짜는데 미국이 전 세계 파트너들과 협력 했어야 했지만 여기에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ICAS) 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우호적 평가와 친밀감을 거듭 표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을 “아부 외교(flattery diplomacy)”로 평가절하하고 이런 방식은 종말을 맞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ICAS) 연구원] “It does appear that President Trump's "flattery diplomacy" toward Kim Jong-un is coming to an end.”  

닉시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 핵 협상의 중요한 고비마다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과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대북 유류 공급을 완전히 끊지 못했고,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역제안을 하지 못한 채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 사찰 기회를 놓쳐버렸으며, 지난해 10월 스웨덴 실무회담 결렬 직후 김정은 위원장을 비판하지 못했던 점을 꼽았습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역대 어떤 미 행정부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비핵화 협상 교착의 책임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서 찾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민주·공화당 행정부가 취한 어떤 다른 접근법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장대하고 초당적 실패는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설득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정책 접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It did not succeed. But neither has any other approach taken by both Democratic and Republican Administrations over the past 40 years.  Perhaps the reason for this epic, bipartisan policy failure is because there was no policy approach that would have either persuaded or compelled North Korea to surrender its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Viewed historically, the Trump Administration is in good company in this regard.”

더 나아가 역대 미 행정부들이 공통으로 직면했던 ‘북한 딜레마’ 속에서 완전히 다른 해법을 모색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 없는 시도가 나름 의미가 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습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협상의 교착과 비핵화 실패의 원인은 북한에 있는 것이지 미국의 잘못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벡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를 유지하면서도 김정은과 직접 협상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북 압박 수위를 다시 올리기에 앞서 타당한 협상 시도를 하는 최선의 사례를 만들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 “I believe Trump had to make a best case, legitimate attempt to negotiate with North Korea - before he once again stepped up the pressure on Pyongyang.”

아울러 ‘북한의 무기 실험을 둘러싼 긴장이 시작되고 고조된 것은 오바마 행정부 때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긴장을 완화시켰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 “It is also important to remember that the tension over weapons tests began and intensified during the Obama administration.  Trump was actually able to tamp down tensions.”
  
따라서 현재의 교착 국면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초로 정상급 대화가 이뤄진 미-북 비핵화 협상과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을 실패나 성공으로 규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소수의 목소리입니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소사이어티 선임 정책국장은 “70년 동안 관계나 신뢰를 쌓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를 하려면 복잡한 비핵화 여정에 관한 대화와 진전을 구축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소사이어티 선임 정책국장] “I would caution that it is too early to declare the approach a failure or success. Dialogue after seven decades of a complete absence of ties and trust implies time needed to establish dialogue and progress on the complex path of denuclearization.”

“핵 협상이나 트럼프의 정책에 묘비명을 쓰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리언 시걸 사회과학연구위원회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의 진단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문제는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북 협상의 득실을 따지며 상황 관리를 해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셈법입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이미 성공으로 선언한 뒤 다른 일들에 집중해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Trump has been focused on other things and, having already declared his North Korea policy a success (which it is not, at least not yet), he is unwilling to devote more time to it because that would risk acknowledging that in fact it is not yet a success.”  

오핸론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정책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인할 위험이 있는 만큼, 북한 문제에 더 많은 시간을 쏟으려 하지 않는다”면서 현 교착 국면의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VOA 뉴스 입니다.

작성자 : ENB교육뉴스방송(Mickey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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